8체질의학에 대하여

I. 8체질의학이란 무엇인가?

8체질의학은 한의학자인 권도원 박사가 창시한 독창적인 체질의학 이론입니다. 이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간, 심, 췌(비), 폐, 신의 5개 장기와 위, 담, 소장, 대장, 방광의 5개 부가 선천적으로 각각 다른 강약의 배열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에 기반합니다.이 장부의 강약 구조 조합은 총 8가지로 귀결되며, 이를 목양, 목음, 토양, 토음, 금양, 금음, 수양, 수음 체질로 분류합니다.

8체질의학의 핵심은 이 선천적인 체질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불변성'에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체질에 내재된 장부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이를 조화롭게 만드는 생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체질에 맞는 음식 섭취(체질식)와 체질침을 통해 장부의 과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을 핵심적인 예방 및 치료법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내 체질을 아는 것이 곧 하늘의 명을 아는 것(知體質而知天命)"이라는 권도원 박사의 말처럼,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삶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건강법이라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인체 내부의 장기 상생상극도 

II. 8체질의학의 탄생과 발전

1. 개인적 체험에서 시작된 의문

8체질의학의 탄생은 권도원 박사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명절이나 잔칫집에 다녀온 뒤 고기 음식을 먹고 나면 몸에 탈이 나는 특이한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아주 적은 양의 육식에도 몸이 고통스러워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이것이 단순한 병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체질' 때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이 의문을 풀기 위한 소년 시절의 탐구와 독서가 8체질의학의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의 외모, 습관, 행동 등 무의식적인 모습에서도 체질의 차이점을 발견하려 애쓰며 이론의 밑거름을 마련했습니다.

2. 사상의학을 넘어 독창적 이론으로

청년 시절, 권도원 박사는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을 접하고 '사상의학회' 부회장을 맡는 등 깊이 연구했습니다. 그러나 연구가 깊어질수록 체질이 네 가지 이상일 것이라는 확신과 감별법이 명확하지 않은 기존 체질론에 대한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사상의학회를 떠나 독자적인 연구에 몰두했고, 신학을 공부하던 시기에 마침내 8가지로 체질을 완벽하게 구분한 '8체질의학' 이론을 정립하게 됩니다.

이론 정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눈병이 발병했으나 양방과 한방 치료 모두 효과가 없자, 그는 스스로 침을 놓기 시작했습니다.수많은 시도 끝에 눈과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간 경락의 한 혈자리에 침을 놓아 눈병이 낫는 기적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육식을 못 하는 자신의 체질적 약점이 '간(肝)'에 있음을 알고 있던 그는 이 경험을 통해 각 체질의 장부 불균형을 침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체질침'의 위대한 길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3. 체질맥진법의 발견과 학계 발표

체질 음식 분류법과 체질침 이론은 완성되었지만, 체질을 정확하게 감별할 방법이 없어 초기에는 환자의 외모나 골격을 통해 체질을 감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진료 중 우연히 평소와 다른 위치에서 맥을 짚었는데 특정 체질의 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특이한 맥이 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연구에 박차를 가한 끝에, 각 체질마다 고유한 위치에서 뛰는 8가지의 '체질맥'을 모두 발견해냈습니다. 이 '체질맥진법'은 기존의 병을 진단하는 맥진법과는 완전히 다른,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체질을 감별하는 독창적인 진단법으로, 이로써 8체질의학은 이론, 치료, 진단의 완벽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완성된 8체질의학 이론은 1965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회 세계침구학술대회에서 최초로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III. 8체질의학의 핵심 원리와 방법

1. 장부의 강약 구조와 질병의 원리

8체질의학은 우리 몸속 12개 장기(심포, 삼초 포함)의 기능적인 강약 배열이 8가지 구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습니다.이 구조는 뇌를 포함하지 않는데, 뇌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고유의 '생기'를 만들지 않으며, 뇌사 상태에서도 다른 장기가 정상이면 생명이 유지된다는 점을 근거로 듭니다.

장부의 강약으로 체질이 형성됩니다

질병은 이러한 선천적인 장부의 불균형이 생활 습관, 특히 음식으로 인해 더욱 심화될 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즉, 가장 강하게 타고난 장기가 더욱 강해지거나 가장 약하게 타고난 장기가 더욱 약해지면서 장기들 사이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 모든 병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위병이라도 목양체질은 간과 췌장의 불균형 때문에, 토양체질은 신장과 심장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므로 그 치료법 또한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이 8체질의학의 병리관입니다.

2. 8체질의 진단과 치료

8체질의학의 진단과 치료는 철저히 개인의 체질에 맞춰 이루어집니다.

진단: 

8체질을 감별하는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방법은 체질맥진법입니다. 이는 환자의 손목 요골동맥에서 뛰는 8가지 고유의 맥상 중 하나를 찾아내는 것으로, 오랜 수련을 거쳐야만 감별이 가능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요합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체질의 고유한 특성이나 식성등을 통해 체질을 유추하는 체질진단법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설문이나 질문을 통한 진단법이 많이 공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치료 1: 체질식 (Constitutional Diet)

치료의 근간이자 가장 중요한 예방법입니다. 모든 음식은 각기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어 특정 장기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신의 약한 장기를 보하고 강한 장기는 과하게 자극하지 않는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간이 강하고 폐가 약한 목양체질은 폐를 보하는 육식을 위주로 해야 건강하고, 반대로 폐가 강하고 간이 약한 금양체질은 간을 돕는 채소와 해산물을 위주로 식사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라는 현대 영양학의 일반적인 권고와는 다른, 철저한 개인 맞춤형 식이요법입니다.

치료 2: 체질침 (Constitutional Acupuncture)

체질침은 장부의 불균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강력한 치료 수단입니다. 팔꿈치와 무릎 아래에 위치한 경혈(오수혈)만을 사용하여, 약한 장기의 기운은 북돋아주고(보법), 강한 장기의 기운은 억제하는(사법) 방식으로 장기 간의 균형을 회복시킵니다. 그 효과가 매우 신속하고 뛰어나 디스크, 편두통, 각종 염증성 질환 및 만성질환 치료에 널리 활용됩니다.

팔 다리에 위치한 경혈을 통해 인체 내부 장기가 연결되어 있으며 침술을 통해 해당장기의 기능을 조절합니다

IV. 8체질의학의 영향력과 의의

1. 난치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8체질의학은 현대의학적 방법으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거나 치료가 힘든 여러 만성 및 난치성 질환에 대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질병의 증상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인 '체질적 불균형'을 바로잡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포도당 주사 부작용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으나 해독 치료로 되살아난 목양체질 환자의 사례 , 금니를 제거하고 고질적인 어지럼증을 치료한 금양체질 운동선수의 사례 등은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치료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반대로 체질에 맞는 치료가 얼마나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 '개인 맞춤 의학'의 선구자

8체질의학은 '개인 맞춤 의학'이라는 개념이 대두되기 수십 년 전부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좋은 음식이란 없다"는 점을 역설해왔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보약인 인삼이 토양체질에게는 독이 될 수 있고,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보리가 수음체질에게는 위장 기능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이는 획일적인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고유한 몸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건강법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3. 삶의 지침으로서의 체질

8체질의학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을 넘어, 자신의 재능과 성품에 맞는 직업 선택,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과 목욕법, 심지어 원만한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합니다. 이는 '체질을 안다는 것'이 곧 자신의 삶을 가장 조화롭고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V. 결론

8체질의학은 권도원 박사의 평생에 걸친 집념과 탐구로 탄생한, 인체를 장부의 구조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독창적인 의료 패러다임입니다. 비록 그 진단법이 매우 까다로워 널리 보급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고유성을 지닌다는 전제하에 철저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의학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질병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의 불균형에서 찾고, 음식과 생활 습관을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8체질의학의 접근법은 수많은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을 되찾는 근본적인 지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